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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끄적끄적

한 시골마을의 평범한 여자아이

리우나라 2018. 1. 30. 15:44

한 시골마을의 평범한 여자아이



나는 4kg의 건강한 여자아이로 태어났다. 10달을 다채우고 건강하게 태어났으며,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께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남아선호사상의 영향 때문일까 아니면 할머니 자신은 아들을 일곱이나 낳으신 분이어서일까. 엄마는 아들을 못 낳아서 시집살이가 고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첫째여서 엄마의 모유도 듬뿍 먹고 자라서 인지 크게 아픈 적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어여쁜 첫딸 이니까. 

2년 후 동생이 태어났고 남동생이었다. 할머니가 무척 좋아하셨다고 했다. 나야 뭐 어릴 때라 할머니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엄마는 달라진 시어머니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으리라내 동생은 나보다 작은 체구로 태어났고 내가 그때까지 엄마 모유를 빼앗아 먹어서 동생은 분유를 먹고 자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 우리가 자라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항상 농사일로 바쁘셨고 동생을 챙기는 일은 내 몫이었다. 어릴 적 동생과 나는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자주 싸웠다. 당연히 덩치가 컸던 내가 이겼고 동생은 울었다. 결국 엄마한테 혼나곤 했다. 엄마는 회초리를 드셨고 나와 동생은 같은 숫자만큼 맞았고 같이 울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항상 동생을 안아주셨다. 나는 그 부분이 굉장히 서운했다. 왜일까.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어린 나이에 무척이나 속상해서 혼자 많이 울었었다.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는 어른들이 하는 장난이 그 당시 내 맘속엔 진짜로 박혀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빠랑 판박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갓 태어난 내가 아빠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내가 미웠다고 했다. 그럼에도 어여쁘게 키워주셨는데 나는 주워온 딸이 아닐까 생각했다니 정말 어린 생각이었다. 아니 그때는 어렸으니까. 무튼 나중에 엄마가 하는 말씀은 동생은 나보다 약하게 태어났고, 나는 첫아이여서 사랑을 듬뿍 줄 수 있었지만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는 엄마가 일을 하느라 바빠서 사랑을 마니 못 준 것 같아 늘 마음에 걸려서 더 챙겼다고, 그 부분이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근데 그말씀이 더 찡하게 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그때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리셨으니 충분이 그럴 수 있었으리라 이해가 된다.

나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우리집은 아파트가 아닌 마당이있는 일반 시골집이었다. 할머니 방 앞에있는 수돗가에선 늘 차가운 지하수물이나왔고 온수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매일같이 차가운물이었기에 더운여름엔 시원하게 등목하고 물놀이하기 좋았지만 추운겨울이면 늘 수도가얼어 연탄불위에 올려진 찜통속의 뜨거운 물을 한바가지 부어 수도를 녹여 썼어야 했다. 누가보면 어떻게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냐고 할테지만 나는 기숙사로들어가기전까지 16년을 그러한 환경에서 지내왔기에 불편함은 있어도 열악하다곤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했다. 오히려 남부럽지않다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먹고싶은건 먹을수 있었고 가족끼리 바다며 산이며 놀이동산이며 어디든 갈수있었기때문에. 게다가 나는 작은 시골에서 이쁘고 공부잘하는 아이였다. 나 스스로 당당했던 때였다. 동네에서는 OOO씨네 딸은 그렇게 착하고 공부잘하고 이쁘다더라고 소문이 나있었고 장래의 며느리로 나를 점찍기도 했다. 아 물론 어릴 적 얘기다.

나의 13살까지의 학창시절은 지극히 평범했다. 사건 사고도 없었으며, 성격 또한 순하고 내성적이었기에 친구가 많지 않았다. 낯을 가리는 편인 나는 한 친구와 깊게 친해지는 편이었다. 물론 이후에는 달라졌지만. 전교 1등만 하던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공부는 곧잘 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공부도 안하는거 같은데 성적이 잘나온다고 놀라셨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시키시는 대로 공부하라면 하고 학원가라면 가는 범생이같은 아이였고 부모님이 나에게 거시는 기대는 크셨다. 맏딸에 조용하고 말잘듣는 아이. 옛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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