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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끄적끄적

비와 생각

리우나라 2018. 2. 28. 16:45

비와 생각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더니 점심먹고 들어오는 길부터 빗방울이 떨어졌다. 흐릿흐릿한 날씨도 싫었지만 축축하게 비가오니 기분도 처지고 더 우울한 것 같다. 비가오고 기분이 처지면 생각도 더 많아진다. 외부의 상황보다 내적인 고민을 더 하게되고 긍정적이었던 나또한 차분하게 말이 없어지기도 한다.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다보면 생각이 생각을 낳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그러나 생각에 대한 결과물은 없다. 결국은 그시간동한을 허비하게 된다. 예전엔 그 시간이 매우 아까웠다. 나는 결과가 없는 헛된 고민들을 왜하는 걸까. 그시간에 무언가를 더 했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서른을 훌쩍 넘은 지금의 나는 그생각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충분히 바쁘게 살고 있고 한없이 외부의 자극들로 내 뇌는 정신이 없다. 그렇기에 가끔은 이렇게 빗소리를 들으며 기분을 다운시키고 나스스로 무언간 생각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본인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을 다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끔 내가 그런행동을 했었나, 내가 그랬나? 이런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충분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생각의 시간은 필요한것 같다. 


연애를 할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여자는 소통하기 좋아하고 힘들때나 고민이 있으면 상대방과 대화하고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동굴이라는 곳에 들어간다고.. 물론 이건 모든사람에게 적용되는건아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소통하기 좋아하는 타입인것 같다. 나의 일과를 나누고 같이 공유하길 좋아한다. 힘든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주변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하고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주위에 이런 사람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상대방과 연락을 잠시 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민이 있으면 같이 나누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텐데 왜 혼자 생각하고 힘들어 하는걸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나만의 생각이었다. 사람마다 성격도 행동도 살아온 삶의 방식도 모두 다르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이다. 상대방은 스스로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나는 계속 나만의 방식이 맞다고 이해를 못해왔던것이다. 


이해란 내 기준에 맞다고 이해하고 내 기준에 어긋나다고 해서 이해하지 못하는것이 아니라, 그사람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사람이 나와 달라도 나와 다른생각을 해도 그사람 자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각설하고 .

아무튼 지금의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믿는다. 스스로가 본연의 존재를 잃어버리지 않게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시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 그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의 비가 반갑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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